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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애 단편집 1

“아침마다 냉수 한 컵씩을 자시고 산보를 하십시오.”하는 의사의 말을 들은 나는 다음날부터 해란강변에 나가게 되었으며 그곳에 있는 우물에서 냉수 한 컵씩 먹는 것이 일과로 되었습니다. 처음에 나는 타월, 비누갑, 컵 등만 가지고 나갔으나 부인네들이 물 길러 오는 것이 하도 부럽게 생각되어서 어느덧 나도 조그만 물동이를 사서 이고 다니게 되었습니다. 번번이 우물가에는 부인으로 꼭 채여서 미처 자리 얻기가 대단히 힘듭니다. 아마도 이 우물의 물맛이 용정에서는 제일 가는 탓으로 부인들이 이렇게모여드는 모양입니다. 내가 물동이를 이고, 가지가 조롱조롱 맺힌 가지밭을 지날 때마다 혹은 그 앞에 이슬이 뚝뚝 듣는 수수밭 옆을 지날 때마다 꼭만나는 여인이 있으니, 언제나 우리 사이는 모른 체하고 가지런히 걸어서 우물..
“아침마다 냉수 한 컵씩을 자시고 산보를 하십시오.”하는 의사의 말을 들은 나는 다음날부터 해란강변에 나가게 되었으며 그곳에 있는 우물에서 냉수 한 컵씩 먹는 것이 일과로 되었습니다.
처음에 나는 타월, 비누갑, 컵 등만 가지고 나갔으나 부인네들이 물 길러 오는 것이 하도 부럽게 생각되어서 어느덧 나도 조그만 물동이를 사서 이고 다니게 되었습니다. 번번이 우물가에는 부인으로 꼭 채여서 미처 자리 얻기가 대단히 힘듭니다. 아마도 이 우물의 물맛이 용정에서는 제일 가는 탓으로 부인들이 이렇게모여드는 모양입니다.
내가 물동이를 이고, 가지가 조롱조롱 맺힌 가지밭을 지날 때마다 혹은 그 앞에 이슬이 뚝뚝 듣는 수수밭 옆을 지날 때마다 꼭만나는 여인이 있으니, 언제나 우리 사이는 모른 체하고 가지런히 걸어서 우물까지 가곤 합니다. 모른 체하는 이가 하필 그뿐이며 어깨 위를 스치는 수숫잎 속에서 만나는 사람이 어찌 그이뿐이리오만은 어쩐지 그를 만날 때마다“또 만났구나! 또 모른 체하누나!”하고 나는 생각하였습니다. 이렇게 지나가기를 월여나지난 어느 날 아침 나는 여전히 가지밭까지 왔습니다. 흑진주알같았던 가지에는 어느덧 검붉은 가을 물이 들었으며 수숫잎 역시바람결에 우수수 하고 가을 소리를 합니다. 그때 신발소리가 자박자박 나므로 나는 그가 아닌가? 하고 휘끈 돌아보았을 때 아니나다를까 그였습니다. 그는 웬일인지 얼굴이 푸석푸석 부은 듯했으며 바른 볼에는 퍼렇게 피진 자국이 뚜렷하였습니다. 나는 선뜻 남편과 쌈을 했나 혹은 어디서 넘어졌는가 하는 생각을 하며그와 가지런히 걸었습니다. 나는 어쩐지 오늘 아침은 그와 꼭 말을 건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아니 어디 닿으셨나요. 왜 그 볼이 그리 되셨소.”
그는 폭 내려 떴던 눈을 들며 나를 보자 생긋 웃었습니다. 그리고 곧 한숨을 폭 쉬면서,
“팔자 사나워서 다 그렇지요! …… 아니 어디 계시길래 늘 그리로 나오세요?”
이름: 강경애
출생지: 황해도 송화
출생연도: 1907
사망연도: 1943
직업: 소설가

주요이력:
1907년4월30일 황해도 송화 출생
1921년 평양숭의여학교 입학
1922년 동맹 휴학 관계로 퇴학
1931년 <조선일보>에 단편 <파금>을 발표 문단에 데뷔
1931년 장하일과 결혼하여 간도로 이주
1935년 <북향>동인으로 활동
1939년 조선일보 간도 지국장
1943년 황해도 장연에서 사망

주요작품:
가을,간도,간도를 등지면서,간도야 잘 있거라,간도의 봄,검둥이1,고향의 창공,기억에남은몽금포 ,꽃송이같은 첫 눈,나의 유년시절,내가 좋아하는 솔,단상,동정,두만강 예찬,마약,모자,번뇌,봄을 맞는 우리집 창문,부자,불타산 C군에게,산남,산딸기,소금,송년사,숲속의 농부,약수,양주동군의 신춘평론 - 반박을 위한 반박,어둠,어머니와딸 ,어촌점묘,여름 밤 노촌의 풍경점점,오늘 문득,오빠의 편지 회답,원고 첫 낭독,원고료 이백원,월사금,유무,이 땅의 봄,이역의 달밤,인간문제,자서소전,장혁주 선생에게,젊은 어머니,조선 여성들의 밟을 길,지하촌,참된 어머니가 되여주소서,채전,책 한권,축권,커다란 문제 하나,파금,표모의 마음,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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