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25

소낙비

김유정 | 아리아 | 1,200원 구매
0 0 935 2 0 20 2014-09-22
음산한 검은 구름이 하늘에 뭉게뭉게 모여드는 것이 금시라도 비 한 줄기 할 듯하면서도 여전히 짓궂은 햇발은 겹겹 산속에 묻힌 외진 마을을 통째로 자실 듯이 달구고 있었다. 이따금 생각나는 듯 산매들린 바람은 논밭간의 나무들을 뒤흔들며 미쳐 날뛰었다. 뫼 밖으로 농군들을 멀리 품앗이로 내보낸 안말의 공기는 쓸쓸하였다. 다만 맷맷한 미루나무숲에서 거칠어 가는 농촌을 읊는 듯 매미의 애끓는 노래……. 매―음! 매―음! 춘호는 자기 집―---올봄에 오 원을 주고 사서 든 묵삭은 오막살이집―---방 문턱에 걸터앉아서 바른 주먹으로 턱을 괴고는 봉당에서 저녁으로 때울 감자를 씻고 있는 아내를 묵묵히 노려보고 있었다. 그는 사날 밤이나 눈을 안 붙이고 성화를 하는..

김소월 시집

김소월 | 아리아 | 6,400원 구매
0 0 1,027 123 0 9 2016-03-20
진달래꽃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윤동주 시집 4

윤동주 | 아리아 | 2,500원 구매
0 0 375 13 0 19 2016-10-18
1. 달밤의 거리 달밤의 거리 광풍(狂風)이 휘날리는 북국(北國)의 거리 도시(都市)의 진주(眞珠) 전등(電燈)밑을 헤엄치는 조그만 인어(人魚) 나, 달과 전등에 비쳐 한몸에 둘셋의 그림자, 커졌다 작아졌다. 괴로움의 거리 회색(灰色)빛 밤거리를 걷고 있는 이 마음 선풍(旋風)이 일고 있네 외로우면서도 한 갈피 두 갈피 피어나는 마음의 그림자, 푸른 공상(空想)이 높아졌다 낮아졌다.

윤동주 시집 5

윤동주 | 아리아 | 2,500원 구매
0 0 455 13 0 20 2016-10-18
1. 간[肝] 바닷가 햇빛 바른 바위 위에 습한 간(肝)을 펴서 말리우자, 코카사쓰산중(山中)에서 도망해온 토끼처럼 둘러리를 빙빙 돌며 간(肝)을 지키자, 내가 오래 기르던 여윈 독수리야! 와서 뜯어 먹어라, 사름없이 너는 살지고 나는 여위어야지, 그러나, 거북이야! 다시는 용궁(龍宮)의 유혹(誘惑)에 안떨어진다. 프로메테우스 불쌍한 프로메테우스 불 도적한 죄로 목에 맷돌을 달고 끝없이 침전(沈澱)하는 프로메테우스.

방정환 단편집 1

방정환 | 아리아 | 3,500원 구매
0 0 465 3 0 17 2016-10-18
여자에게서 온 편지 ──. 실로 영식이게는 생후에 처음이다. 첫 번 한 번 읽고는 읽고도 무슨 소린지 의미가 분명치 못한 것 같아서 다시 한 차례 읽고야 겨우 알았다. 그리고는 숨기지 못할 미소를 입 가에 띄우고 그 발그스름한 편지가 가늘고 작게 쓰여진 글자를 한 자 한 줄씩 글자 모양과 줄바른 것을 주의하여 보며 문면에 나타난 것보다 더한 만족을 거기서 구하고자 하였다. 그러다가 그는 겉봉을 다시 집어 들고 어느 곳 몇 번지라고 어떻게 썼는가, 최영식 무엇이라고 썼는가를 보았다. 물론 시내 ××동 ○○번지라고 틀림없이 쓰고 최영식 밑에는 씨(氏)자가 삐지게 똑똑히 씌어 있었다. 氏[씨], 氏[씨], 殿[전]자와 氏[씨]자와 그 쓰는 구별이 어떠한 것인가. 殿[전]..

윤동주 시집 1

윤동주 | 아리아 | 2,500원 구매
0 0 338 13 0 20 2016-10-17
1. 가로수[街路樹] 街路樹[가로수], 단촐한 그늘밑에 구두술 같은 헤ㅅ바닥으로 無心[무심]히 구두술을 할는 시름. 때는 午正[오정]. 싸이렌, 어대로 갈것이냐? 시 그늘은 맴돌고. 따라 사나이도 맴돌고. 一九三八[일구삼팔], 六[육], 一[일]

윤동주 시집 2

윤동주 | 아리아 | 2,500원 구매
0 0 510 13 0 21 2016-10-17
1. 고추밭 시들은 잎새 속에서 고 빠알간 살을 드러내 놓고, 고추는 방년芳年된 아가씬양 땍볕에 자꾸 익어 간다. 할머니는 바구니를 들고 밭머리에서 어정거리고 손가락 너어는 아이는 할머니 뒤만 따른다. 1938년 ( 22 연전#1/4 ) 10월 26일

윤동주 시집 3

윤동주 | 아리아 | 2,500원 구매
0 0 510 13 0 19 2016-10-17
1. 간판(看板)없는 거리 정거장(停車場) 플랫폼에 내렸을 때 아무도 없어, 다들 손님들뿐, 손님같은 사람들뿐, 집집마다 간판(看板)이 없어 집 찾을 근심이 없어 빨갛게 파랗게 불 붙는 문자(文字)도 없이 모퉁이마다 자애(慈愛)로운 헌 와사등(瓦斯燈)에 불을 켜놓고, 손목을 잡으면 다들, 어진 사람들 다들, 어진 사람들 봄, 여름, 가을, 겨울, 순서로 돌아들고.

윤동주 단편집 1

윤동주 | 아리아 | 2,500원 구매
0 0 375 4 0 19 2016-10-17
번거롭던 사위(四圍)가 잠잠해지고 시계 소리가 또렷하나 보니 밤은 저윽이 깊을 대로 깊은 모양이다. 보던 책자를 책상 머리에 밀어놓고 잠자리를 수습한 다음 잠옷을 걸치는 것이다. "딱"스위치 소리와 함께 전등을 끄고 창녘의 침대에 드러누우니 이 때까지 밖은 휘양찬 달밤이었던 것을 감각치 못하였었다. 이것도 밝은 전등의 혜택이었을까. 나의 느추한 방이 달빛에 잠겨 아름다운 그림이 된다는 것보담도오히려 슬픈 선창(船艙)이 되는 것이다. 창살이 이마로부터 코마루, 입술, 이렇게 하얀 가슴에 여맨 손등에까지 어른거려 나의 마음을 간지르는 것이다. 옆에 누운 분의 숨소리에 방은 무시무시해진다.

강경애 단편집 5

강경애 | 아리아 | 4,000원 구매
0 0 411 6 0 3 2016-10-16
“언제 왔니?” “난 아까 아침에 효애서껀 다 같이 왔어. 형님은?” “난 혼자 왔다.” “에이 어쩌믄. 그런 줄 알았더라면 형님도 같이 오자고 할걸.” “나야 감히 그 축에 섞이겠니.” “에이 형님두.” 우리는 사산을 내려서 나무다리를 건넜다. 물 속에 별이 하나둘 빛난다. 그리고 저 멀리 해변가에는 게 잡는 불이 줄을 지어나타난다. “우리도 게 사냥 갈까?” “이애 오늘은 내가 곤해서 죽겠다.” “좀 놀다가 가자구요. 벌써 들어가서 더운데 뭘하나.” 일신이는 나를 돌려세웠다. 나는 하는 수 없이 그에게 끌려 다 시 사산 밑으로 와서 앉았다. “형님, 노래나 한 마디 해요. 이렇게 산 좋고 물 좋은 데 와서 그냥 있을래요.” “오냐 네 말이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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